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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대도시의 사랑법 (줄거리와 결말, 원작 소설 vs 영화, 질문들)

by 대장마녀 2026.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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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2024)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제목만 보고 넘길 뻔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니, 어딘가 힙한 척하는 로맨틱 코미디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이성애자 여성과 게이 남성의 13년 우정을 다룬 이 영화, 저는 연애 영화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줄거리와 결말: 냉동 블루베리 한 알이 남은 자리

영화의 원작은 2022년 북하성 후보에도 오른 박상영 작가의 동명 연작소설입니다. 소설은 총 4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화는 그 중 첫 번째 에피소드인 '재희' 파트를 장편으로 확장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은 '영'이지만, 영화에서는 '흥수'(노상현)로 바뀌었고, 상대역 '재희'는 김고은이 맡았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무 살 여름, 이태원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키스하던 흥수가 재희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재희는 흥수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도 아무 편견 없이 그 비밀을 품어줍니다. 이후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서로의 가장 엉망진창인 순간들을 함께 버텨냅니다. 재희가 임신과 낙태를 겪을 때 흥수가 병원비를 3개월 할부로 결제하고, 흥수를 스토킹하던 전 남자가 찾아왔을 때 재희가 그를 회유해 내쫓는 식으로요.

여기서 잠깐, 영화의 핵심 개념인 '퀴어 코드(Queer Code)'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퀴어 코드란 성소수자를 둘러싼 서사 속에서 그 정체성이 암시되거나 표현되는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 영화는 퀴어 코드를 비극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질감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기존 한국 영화들과 결을 달리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 부분이 얼마나 섬세하게 처리됐는지 몰랐는데, 보고 나서야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습니다.

결말 이야기를 하자면, 원작 소설에서 재희는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그 충격적인 결말이 소설 특유의 날선 감각을 완성하는 장치이기도 하죠. 반면 영화는 이 노선을 완전히 바꿉니다. 재희가 결혼을 하고, 흥수는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축가를 끝까지 부르지 못합니다. 그리고 홀로 집에 돌아온 흥수가 냉동실에서 블루베리 봉지를 꺼내 뒤집었을 때, 보라색 얼음 조각 하나만 툭 떨어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재희가 늘 장을 보며 채워놓던 그 봉지가 비어 있다는 것, 그 한 장면이 13년의 끝을 설명합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 '이별의 문법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 그것도 충분히 슬프고 묵직한 이별이라는 걸 이 영화는 냉동 블루베리 한 알로 증명해냈습니다.

  • 원작 소설: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4편 중 '재희' 에피소드가 영화의 중심 서사
  • 원작 결말: 재희의 교통사고 사망 — 소설 특유의 냉소적 문체와 맞닿은 충격적 마무리
  • 영화 결말: 재희의 결혼 이후 각자의 삶으로 — 비어가는 냉동 블루베리 봉지로 마무리
  • 영화 속 퀴어 코드: 비극 장치가 아닌 일상의 질감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냄
요약: 원작의 충격적 결말을 영화는 일상적 이별로 바꿨고, 그 선택이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원작 소설 vs 영화: 각색이 만들어낸 것과 잃은 것

원작 소설을 먼저 읽은 분들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겁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두 매체가 같은 이야기를 얼마나 다르게 소화하는지 직접 비교해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내레이션의 질감'입니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쓰인 문학적 내레이션(Literary Narration)이 핵심입니다. 문학적 내레이션이란 서술자가 자신의 내면을 직접 독자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박상영 작가 특유의 발칙하고 건조한 문체가 소설의 정수이기도 합니다. "화를 내야 할 상황에 누구보다 크게 웃는 게 자신의 버릇"이라는 식의 자기 분석이 툭툭 튀어나오는 그 감각은, 영화라는 매체에서 고스란히 재현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그 부분이 영화에서는 필연적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었고, 저는 그게 아쉬웠습니다.

반면 영화가 새롭게 만들어낸 장면들도 있습니다. 소설에는 없거나 훨씬 단조롭게 묘사된 '데이트 폭력과 커밍아웃 시퀀스'가 영화에서는 훨씬 극적인 장면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흥수가 재희를 지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영화가 시각적 매체임을 충분히 활용한 오리지널 명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두 사람 사이의 연대감이 반쪽짜리로 남았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 각색(Character Adaptation) 측면도 흥미롭습니다. 캐릭터 각색이란 원작의 인물을 새로운 매체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소설 속 '영'은 냉소적이고 방어적인 인물인데, 영화 속 '흥수'는 노상현 배우의 연기를 통해 조금 더 내향적이고 감정이 속 깊은 인물로 변주됩니다. 재희 역시 원작보다 더 인간적인 상처를 품고 있는 방향으로 조정되었고요. 저는 이 변주가 "영화는 영화답게"라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일장 연설을 듣고 자궁 모형을 들고 뛰쳐나오는 재희, 공대생의 협박 앞에서 쿨하게 하품하는 흥수, 음치인 재희가 울보인 흥수 대신 나와 축가를 마저 부르는 결혼식 장면. 이 에피소드들은 소설에도 있지만, 영화에서 시각화됐을 때의 질감은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제 경우엔 결혼식 장면에서 영화관 안이 일순간 조용해지던 그 공기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원작 소설의 문학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출처: YES24 독자 리뷰에서도 높은 평점이 유지되고 있으며, 한국문학의 퀴어 서사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문학계 안팎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영화 역시 개봉 후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 기준으로 상당한 관객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요약: 소설의 냉소적 문체는 압축됐지만, 영화는 시각화의 강점을 살려 원작에 없던 감동 장면을 새로 만들어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도시의 사랑법 원작 소설과 영화 결말이 다른가요?

A. 네,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원작 소설에서 재희는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반면 영화는 재희의 결혼과 두 사람의 성숙한 이별로 마무리되며, 훨씬 현실적이고 여운 있는 방향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는 각 매체가 선택한 방식이 다른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Q.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는 게 좋을까요?

A.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이 순서도 꽤 좋았습니다. 영화로 인물들에게 익숙해진 뒤 소설을 읽으면, 박상영 작가 특유의 발칙한 문체와 내레이션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소설을 먼저 읽으면 영화에서 각색된 부분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두 순서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Q. 대도시의 사랑법은 퀴어 영화인가요? 불편하지 않을까요?

A.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맞지만, 이 영화는 정체성 자체를 설명하거나 설득하려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와 우정에 더 집중합니다. 퀴어 서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진짜 내 편'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불편함보다는 따뜻함을 먼저 이야기하는 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Q. 영화 속 K3(공대생)는 원작 소설에도 나오나요?

A. 네, 원작 소설에도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소설에서는 K3를 몰고 다니는 공대생과의 관계, 그리고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주인공에게 남기는 감정의 무게가 건조하면서도 깊게 묘사됩니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마지막 문자는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가장 오래 남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결론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재희도 흥수도 아니었습니다. 냉동실 안의 블루베리였습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걸 아무 말 없이 채워두는 것, 그게 13년이 쌓인 방식이고 그게 비워졌다는 게 이별의 방식이었습니다. 로맨스도 아니고 극적인 갈등도 아닌, 그냥 일상이 사라지는 것. 그 담담함이 이 영화를 오래 붙들게 만드는 힘입니다.

원작 소설 특유의 발칙하고 날선 문체가 그리우신 분들은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영화와 소설은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언어로 풀어낸 두 개의 완성된 작품입니다. 어느 쪽을 먼저 접하든,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면 이 이야기가 훨씬 입체적으로 남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pWBEl1Sn_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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