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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곡성 (촬영 비화, 연출 의도, 열린 결말)

by 대장마녀 202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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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2016)

🎬 영화 기본 정보

  • 개봉: 2016.05.12
  • 장르: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 상영 시간: 156분 (청소년 관람불가)
  • 출연진: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 등

 

솔직히 저는 처음 봤을 때 이 영화의 내용이나 결말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를 못 했습니다. 156분이 끝나고 나서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는데, 뭔가를 본 것 같은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느낌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곡성>은 68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도, 본 사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기이한 영화입니다. 여기서는 제가 몇 번을 되돌려 보면서 파악한 촬영 현장의 실제 이야기와, 그래도 결국 정리가 안 됐던 부분들을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촬영 비화: 이 장면이 이렇게 찍혔다고?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다 보니 화면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제작 뒷이야기들을 접하고 나서는 진짜 그냥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촬영 감독이 개막 장면의 섬진강을 공중 앵글로 담으려고 지리산 천왕봉까지 직접 올라갔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결국 사용한 건 해 지기 직전 우연히 담긴 컷이었다고 합니다. 철저한 준비와 우연이 겹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제작 방식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로케이션 헌팅(location hunting), 즉 실제 촬영지를 발굴하고 섭외하는 작업에만 거의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굿 장면에 쓰인 깊은 산속 폐가도, 외지인의 집도, 모두 미술팀이 숲 속을 헤치고 찾아낸 실제 폐가에 직접 소품을 꾸며 만든 공간입니다. 세트가 아닙니다.

아역 배우 김환희의 몸을 비트는 연기도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무용 선생님에게 6개월간 별도로 트레이닝을 받은 결과입니다. 정신적 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실제 사례를 미술팀과 감독이 함께 리서치해서 노트에 가득 그려 넣은 무섭고 기괴한 그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배우를 걱정하는 마음이 현장 전체에 깔려 있었다고 하는데, 촬영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밝고 쾌활하게 돌아왔다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안도했습니다.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무당 일광살굿 장면은 카메라 6대를 동시에 세팅하고 1테이크에 15분을 찍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황정민 배우 본인이 모니터를 보고 "한 번 더 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장면을 다시 틀어봤는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온 건지 이제는 알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황정민 배우는 이 역을 위해 실제 무속인들을 따라다니며 굿의 동작 순서를 노트에 직접 기록했다고 합니다.

  • 섬진강 오프닝 컷: 지리산 천왕봉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우연히 건진 컷 사용
  • 로케이션 헌팅에만 6개월 소요, 폐가 세팅은 미술팀이 직접 제작
  • 김환희 배우, 비트는 연기를 위해 무용 선생님에게 6개월 트레이닝
  • 황정민 배우의 살굿 장면: 카메라 6대, 1테이크 15분, 자발적으로 재촬영
  • 실제 무속인들이 조연으로 직접 참여
요약: <곡성>의 압도적인 현장감은 철저한 리서치와 극한의 촬영 환경, 그리고 배우들의 자발적인 헌신이 쌓여서 나온 결과입니다.

 

연출 의도: 나홍진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나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장르가 뭔지 모르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시골 마을의 연쇄 살인 수사극인가 싶다가, 갑자기 좀비가 나오고, 그다음엔 굿판이 펼쳐지고, 나중엔 아예 성경을 인용하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톤앤매너(tone and manner), 즉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와 어조가 중반부 이후로 급격하게 달라지는데, 이것이 의도된 연출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샤머니즘, 무속신앙까지 거의 모든 종교의 성직자를 직접 만나 신의 존재와 선악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영화의 핵심 질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 영화 속 인물들은 극한의 공포에 직면할수록 이성을 잃고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만 상황을 해석합니다. 종구(곽도원)가 딸을 살리려 발버둥 치면서 오히려 스스로 비극을 앞당기는 구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복선과 상징의 밀도도 저는 예사롭지 않다고 봅니다. 영화 제목 '곡성(哭聲)'은 원래 지명을 그대로 한자로 쓰려다가 내용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바꿨다고 합니다. '통곡하는 소리'라는 뜻의 한자를 제목으로 택한 것 자체가 이미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영화 속 무명(천우희)의 대사 "중요한 건 현혹되지 않는 것이여"는, 관객도 예외가 아니라는 경고입니다. 저는 이 대사가 끝나고 나서야 제가 영화 내내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치한 함정들에 낚여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 즉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연출 방식에서도 나홍진 감독의 집착이 드러납니다. 이를테면 외지인의 집 제단에 붙어 있는 수백 장의 사진은, 집을 세팅하는 시간보다 그 사진들을 만드는 시간이 훨씬 더 걸렸을 정도로 공을 들인 소품일 것입니다. 보조 출연자를 섭외해 의상을 입히고 한 장 한 장 직접 찍어 인화한 것들입니다. 관객이 그 사진 한 장 한 장을 다 보지 못하더라도, 그 밀도가 화면에서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을 겁니다.

요약: <곡성>의 장르적 혼란과 종교적 상징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말라"는 나홍진 감독의 의도된 설계이며, 관객 역시 그 함정의 대상입니다.

 

 

열린 결말: 이게 장점인가, 단점인가

제 경험상 이런 유형의 열린 결말은 보는 시점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찜찜하고 불쾌했습니다. 156분을 버텼는데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로 봤을 때는 오히려 "이게 맞는 방식이었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문제는 그 열린 결말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런닝타임 내내 관객은 명확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채, 종구와 함께 의심하고, 틀리고, 또 의심합니다. 오컬트(occult) 장르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 기법은, 초자연적 존재와 현상의 실체를 끝까지 모호하게 유지함으로써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범인이 누구인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무섭게 만드는" 전략인데, <곡성>은 그 강도가 극단적입니다.

제가 봤을 때 가장 아쉬운 건 배경 설명의 부재입니다. 외지인이 왜 하필 곡성에 나타났는지, 무명과 외지인과 일광 사이의 관계와 능력의 근원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단서가 영화 안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것과, 서사적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후자는 열린 결말이 아니라 정보 부족에 가깝습니다.

개봉판에서 삭제된 장면들이 꽤 많다는 점도 이 맥락에서 아쉬움을 더합니다. 무명과 외지인이 싸우는 장면, 동굴까지 가는 여정, 외지인과 일광이 만나는 엔딩 장면이 모두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갔습니다. 만약 이 장면들이 살아있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감독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영화가 몇 편 안 되는데, <곡성>은 그 몇 편 중 하나입니다.

요약: <곡성>의 열린 결말은 의도된 연출이지만, 삭제된 장면들로 인한 서사적 공백이 아쉬움을 남기며 관객마다 체감 온도가 크게 갈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곡성에서 외지인은 결국 악마인가요, 아닌가요?

A. 영화 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해석은 외지인을 악마적 존재로 보는 시각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악마적으로 변한 외지인의 모습이 직접 등장하기 때문에 이쪽이 유력하긴 합니다. 다만 나홍진 감독은 명확한 답을 의도적으로 주지 않았고, 판단을 온전히 관객에게 넘겨놓았습니다. 저도 몇 번을 보고 나서 이 질문의 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Q. 무명(천우희)은 선한 존재인가요?

A. 무명은 영화에서 가장 해석이 분분한 존재입니다. 종구에게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하는 장면은 선한 존재로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행동이 오히려 비극을 완성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수호신이라는 해석도 있고, 또 다른 악의 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제가 여러 번 돌려보면서 내린 결론은, 둘 중 하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Q. 황정민 배우의 굿 장면은 실제 굿을 재현한 건가요?

A. 네, 나홍진 감독과 미술 감독이 실제 굿의 동작과 의미를 최대한 재현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보조로 참여한 악사들도 실제 무속인들입니다. 황정민 배우 본인도 실제 무속인들을 따라다니며 굿의 순서와 동작을 직접 기록하고 익혔다고 하니,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상당히 고증에 가까운 장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종구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딸은 살 수 있었을까요?

A. 이것도 영화가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종구가 집에 들어갔을 때 이미 비극이 일어난 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독 역시 이 판단을 관객에게 맡겼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제 생각엔,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는 해석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 가장 잘 맞아떨어집니다.

 

결론

<곡성>은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이해하지 못한 건 관객의 이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독이 애초에 이해를 허락하지 않도록 단서를 부족하게 주려고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로 공포를 느끼는 방식이 막연하고 설명이 안 된다면, 그게 오히려 정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건 두 번째 관람입니다. 제 경우엔 두 번째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복선과 상징들이 있었고, 그때부터 이 영화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결말에 대한 해석은 굳이 하나로 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나홍진 감독이 원하는 의도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인간의 불신과 의심이 어떻게 비극을 낳는지를 156분 동안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감독의 숨은 장치와 은유를 찾아가며 영화를 즐기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출처:곡성_심층 분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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